牝 바다

카테고리 없음 2024. 8. 28. 06:42

牝 바다

연락을 하지 않았어도
배우고 배우고 익어가는 기쁨의 맛을 아는 사람이
또 그런 사람을 만나니 즐거울 수밖에

悅樂의 자리는 어는새 흔적도 없다.

부산 광안리 바다
雄웅거리는 숫소리가 아침을 깨웠다
"고요 靜"해지려는 소리를 보려는지 가끼이 가까이
다가와 걷는 사람 사람 사람들

牝 소리 고요한 자응 여다지 연꽃바다를 알까?

雄웅거리는 태초의 牝 바다에
밤도 있고 아침도 있네
사람도

Posted by 곡인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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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카테고리 없음 2024. 7. 3. 22:06

바느질

단추가 떨어지고 주머니가 터진 옷
몇 달이 지나도록 대수롭지 않게 입고 다녔다

입을 때마다
첫단추를 잘 끼웠지만
끝단추는 못 채워 잠깐 허전했고
조금 불편했을 뿐

왼주머니에는 지갑을 넣고
오른주머니에 휴대폰과 안거키를 넣는
평소 습관이 우선하니
종종 주머니 터진걸 잊고

문득 주머니에 넣다가 터진 틈으로
휴대폰 몇 번 안거키 몇 번씩이나 쑥쑥 빠졌다
그때마다 불편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스쳐갔다

흔적을 옹이인양 그대로 두는 성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수선집에라도 맡겼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번번이 게으름을 치우지 않고 방치했고
피하기만 했다

미루고 방치하고 피하다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실과 바늘, 단추를 주문했다

눈앞에 놓인 실과 바늘, 단추는
며칠 내내 미동도 하지 않았다

손은 눈을 따르지 않겠다고 버텼는데
손이 움직이니 속좋은 눈은 기다렸다는듯
손을 따라다니는 척하면서 손을 데리고 다녔다

바늘귀에 실 꿰어 걸고 실 끝을 홀쳐맸다
바늘이 꿰뚫고 지나가면서 숭숭 구멍 난 자리
실이 뒤따르며 촘촘 메워 이었다

어설픈 바느질에
엉뚱한 데를 꿰뚫고 가더라도
바늘을 뒤따를 수밖에 없는 실은

끊어내고 다시

삐뚤빼뚤 얼기설기
바느질 흔적은 조악해도
터진 주머니 봉합했고
떨어진 단추 달았으니 됐다

실은 남겨두고 빠져나온
제 할 일 마친 바늘이 홀가분하다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

衣・食・住,
스스로 짓는 삶이면 얼마나 좋을까
먼저 미싱을 배우는 것도 좋겠다

반평생 삯바느질로 삶을 꾸렸던,
바늘을 쥔 황모님 손이 떠올랐다

꿰고 매는 일
저자 누비는 일과 다르지 않겠지

Posted by 곡인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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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지

카테고리 없음 2024. 6. 26. 09:03

종지

 

밖에 있는 것을 끌어들여

안을 채웠던 것이었구나

 

고작 종지 하나 쥔 것이었는데

마치 여의주라도 쥔양 자만했구나

 

겨우 종지에 담아 마중물인양 들여

작두샘 퍼 올리는 것이라고 애썼던 것이었구나

 

차면 넘칠 수밖에 없는 빈 서러움을 채우지 못해

밑이 닫힌 빈 항아리를 우물인양 으시댔던 것이었구나

 

밑을 뚫고 관정을 깊숙히 내려 둔 채

운주사 쌍배불처럼, 두께없이 투명한 양면 같은,

마중물 기다리는 텅 빈 작두샘이자고 했는데

 

심심 켜켜 흐르는 새 물 긷는 것이라 자만했던 것이었구나

 

층층에 쌓여 굳고 칸칸에 싸여 닫힌,

진흙으로 엉긴 마중물 덩어리였던 것이었구나

손가락 한마디 더 파지 않아서

 

쥔 종지로 밖을 퍼 담아 항아리 안을 채울 게 아니라

 

쥔 종지로 안을 한 층 더 파 냈어야 했던 것이었구나

쥔 종지로 안을 한 켜 더 퍼 냈어야 했던 것이었구나

 

전전긍긍 밑 빠진 독 될까

종지를 잘못 쓴 흔적이 두껍다

 

쥔 종지 작두샘처럼

 

 

Posted by 곡인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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