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스승의 날

며칠이 지났지만, 뭐라도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 위 독서대에 전시해 둔 노기강의록(1973)을 집어들었다. 팔정도(八正道)를 떠올렸다.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념(正念) 정정진(正精進) 정정(正定). 군 입대 후 첫 종교행사 때 육군사관학교 군법당에서 처음 불렀으나 목이 메어 끝까지 다 부르지 못했던 찬불가 ‘보현행원’도 떠오른다. “내 이제 두 손 모아 청하옵나니~ ...... 오늘 세운 이 서원은 끝없사오리~ ”

爐期講義錄, 爐(冶)經

爐期講義錄을 나는 굳이 애써서 노경(爐經)이라고 하고 또 노야경(爐冶經)이라고 한다.

곤수곡인(昆水谷人) 스승은 1961년(辛丑年) 음)정월에 광주 보광법단에서 49일 간 법회를 열었다. 종단에서는 그 법회를 노기반(爐期班)이라고 한다. 노기강의록은 그 노기반 법회에서 곤수곡인[混俗(혼속)]이 강설한 법문을 모은 자료집이다. 이 노기반 법회 이후에 사신출가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왔다고 한다. 내 공부의 해석으로, 노기강의록의 핵심은 동로공야(同爐共冶)에 있고, 그 중 특히 <爐와 冶>에 있다. 이는 <爐>를 체(體)로 보고 <冶>를 용(用)으로 보려는 내 생각의 관성을 어찌하지 않고 그냥 두고 있음이다.

학술지(신종교연구)에 ‘노기강의록’ 관련으로 등재된 논문도 있다. 나는 생각만 활발하지 손과 발이 게으른 성향인지라 학술지는 언감생심이니 차치하더라도, 어떤 것에 대한 것이거나 무엇에 관한 것이든 나름의 해석[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그 생각[해석]의 바탕이나 해석을 정리하는 논문 한 편 안 써봤기에(논문을 쓸 줄도 모르지만), 이렇게 내 공부로 천착하고 있는 것에 관한 글이나 논문을 보면 기쁘고 반갑고 고맙기가 이루 말로는 다 할 수가 없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104856

북공고(토목과)에 입학하고 두 달 지난, 1982년 5월 5일(음력 4월 12일) 수요일 낮(아마 오후였을 것이다.), 흑석동 용두봉(龍頭峯) 인덕법단(仁悳法壇)에서 사신입원(捨身立願)을 했다. 몸을 버린다는 뜻의 사신(捨身)은 출가(出家)와 같은 뜻이다. 이렇게 내가 사신출가한 날은 사월초파일, 그러니까 부처님 오신 날 사흘 뒤였다.

그저 절이 좋았다. 지금이야 법단이라고 하지만, 어렸들 땐 절이라고 했다. 그래서 절(인덕법단)에서 살고 싶다고 허락을 구했더니 곤수곡인 스승은 흔쾌히 허락했다. 지금도 문도관(問道館)에서 전인(前人, 곤수곡인)을 뵙고 인사드리던 그날의 모습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고 박희열 노점전사는 사신을 하지 않으면 절에서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사신입원을 하겠다고 했다. 곧바로 3층 법당으로 갔다. 법당에서 박희열 노점전사의 판사 집례로 사신입원의 의례를 하고 사신입원표문을 사뤘다. 생일이 한 달하고도 열흘이 지났으니 만으로 열여섯, 우리나이로 열일곱 살 때였다. 어느덧 사십이 년이 지났다.

그렇게 사신출가자로 살기 시작하던 그 다음해에 고 박희열 노점전사는 인덕법단에서 사는 사신출가자들을 법당에 모아 놓고 노경을 가르쳤다. 한참을 지난 뒤에서야 나는 이 노경을 스승 곤수곡인 종단의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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綜合釋敎各宗各派而言之 大致分爲佛學與學佛兩途

불교의 각 종파를 종합하여 말한다면 크게 불학과 학불의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佛學者 以名而定義 講之誰天花亂墜 不外世界名言 言之愈深 違道愈遠 故而百無一得

불학이란 이름있는 것 곧 불의 정신보다 형식적인 것을 대의명분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허명뿐 무실한 것이어서 비록 하늘에서 꽃이 어지러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달변으로 경서를 강론한다 할지라도 세계의 명언들을 모아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고 말이 깊으면 깊을수록 도에서 벗어남이 더욱 심할 뿐이니, 그러므로 백에 하나도 얻을 것이 없다.

學佛者 以義定名 名列誰多 不外一佛 能融各宗 同爐共冶 故而萬無一失

학불이란 뜻 곧 부처님의 정신을 본받는 것을 대의로 삼는다. 그러므로 이름은 비록 수다하게 벌여 있지만, 오직 하나 부처임을 벗어나지 않으며, 능히 모든 종파를 하나로 합쳐 한 용광로(鎔鑛爐)에 넣어 불릴 수 있으므로 만에 하나도 잃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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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부에서 곤수곡인 스승이 세상을 보는, 공부의 관점과 해석의 바탕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노경의 첫 문장인 ‘佛學與學佛兩途(불학여학불양도)’이다. 스승 곤수곡인이 학불(學佛)의 ‘이의정명(以義定名)’으로 정의한 이 ‘佛學與學佛兩途’는 이는 마치 ‘부분이 없(고 위치만 있)다고 점을 정의’하는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말하는 수학의 공리와 같다고 하겠다.

혼속(混俗) 곤수곡인 스승의 노경에서 공부한 이 <佛學>과 <學佛>, <爐>와 <冶> 그리고 <般若五悳(반야오덕)>은 내 생각과 지향의 전제가 되고, 전제의 전제가 되었다. 그로써 이는 모든 전제의 전제가 되는 메타전제로써 ‘화순 운주사 쌍배불’처럼 내 생각의 바탕과 지향하는 점이 되어 있다. 운주사의 쌍배불을 심우와 입전수수를 동시에 보여주는 십우도의 도상으로 여기고 있다.

혼속(混俗) 스승 곤수곡인은 중용(中庸) 20장에서 전하고 있는 박학(博學) 심문(審問) 신사(愼思) 명변(明辯) 독행(篤行)을 반야(般若)가 본디 갖추고 있는 다섯가지 덕(悳), 즉 반야오덕(般若五悳)으로 보고 있다. 이 悳은 直+心[忄, 곧 선 마음]으로 본디(마음이)라는 뜻이다. 곤수곡인 스승은 ‘옛 悳’이라고 하는 이 ‘본디 悳’과 ‘두루 德’을 변별[明辯]해서 쓰고 있다. 佛學과 같은 ‘두루 德’은 學佛과 같은 ‘본디 덕悳’이 움직여서 나타나거나 드러낸 흔적이다. 비유하자면, 이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로써 수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위치만 있고 부분이 없는 점들의 자취가 선인 것과 같다고 하겠다. 나는 혼속(混俗) 곤수곡인 스승의 ‘佛學與學佛兩途’와 ‘般若五悳’ 그리고 점을 정의한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를 혼속(混俗) 스승 곤수곡인의 가르침을 따라 學佛로써 同爐共冶하였기에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정했고 ‘스승의 날’이라고 정한 날이 지났다.

정한 날이 아이어도 나는 맨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고, 만날이 스승의 날이다.

십이시중 ‘般若五悳’하고, 맨날만날 ‘同爐共冶’하리.

오늘 44주년 5•18민중항쟁 장흥기념행사 음향을 준비하고 있는데 누가 다가와 미안해 하면서 봉투를 내민다. 엊그제 부처님 오신 날 지역 사암을 두루 찾아 참배를 했는데 나만 빠졌다면서… 마다할 시주가 아니어서 합장하고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일을 다 마치고 나서 옷을 갈아 입을 때 주머니에 뭐가 있어서 꺼내보니 땀에 절어 헤지고 축축한 봉투다.

"부처님의 오심을 축하합니다."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이다.

마하

반야

바라밀다

이다.

아제아제

사바하

Posted by 곡인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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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이 보고 싶은 영화를, 군민의 선택으로!

 

한 달에 한 번 있는 ‘문화가 있는 날’만이라도, 장흥군민이 보고 싶은 영화를, 장흥군민의 선택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장흥에는 장흥군의 문화•복지•체육시설 등이 모여 있는 ‘장흥국민체육•여성향상센터(장흥읍 흥성로 43)’가 있다. 흔히 장흥국민체육센터라고 부르는 이 센터(건물과 시설)는 장흥군 소유다. 장흥군 소유의 시설이라는 것은 장흥군민들 소유의 시설이라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장흥군민이 장흥군민들의 것을 잘 쓸 수 있도록 장흥군 의회와 행정이 적절한 역할을 하면 좋겠다. 주민자치의 시대이지 않은가.

 

‘장흥국민체육•여성향상센터’ 1층에는 수영장이 있고, 2층에는 정보화교육장이 있고, 3층에는 체력단련실이 있고, 4층에는 전라남도에서 1호로 설립된 총 99석 규모의 작은영화관 정남진시네마가 있다. 2015년 10월 19일 개관식 때는 전라남도 도지사도 왔을 정도로 ‘문화 향유’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전라남도에는 우리 장흥을 포함하여 고흥, 보성, 곡성, 화순, 영광, 영암, 해남, 완도 등 9개 군지역에 작은영화관이 있다. 영암군은 대불에도 작은영화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고, 무안군도 작은영화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이면 10개 군에 11개소의 작은영화관이 운영될 것이다.

 

정남진시네마는 「장흥군 사무의 민간위탁촉진 및 관리조례」, 「장흥군 공유재산 관리 조례」    「장흥군 작은영화관 정남진시네마 운영관리 조례」에 따라 운영 능력과 조건을 갖춘 수탁운영자를 공모하여 위수탁 계약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유)씨네드림’이 수탁운영자로서 우리 장흥군의 ‘작은영화관 정남진시네마’를 2023년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탁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다. 계약한 기간이 끝나면 다시 수탁운영자 공모를 할지, 그대로 연장을 할지, 수탁운영조건을 어떻게 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비록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영리기업이 작은영화관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장흥군민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수탁운영 조건에 명시하여 위수탁계약을 하면 좋겠다.

 

정남진시네마에서 한 달에 몇 회의 영화가 상영되는지 궁금했다. 궁금한 것 많고 호기심 많은 성향인지라 여기저기 손품을 팔다 보니 ‘Kofic KOBIS(www.kobis.or.kr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라는 웹사이트를 알게 됐다. 여기서 제공하는 통계를 통해 정남진시네마 상영내역을 알아봤다. 2023년 3월에 1관 139회, 2관 145회. 4월에 1관 136회, 2관 135회. 5월에 1관 130회, 2관 167회를 각 상영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석 달의 통계에 비추어 보니 우리 장흥군 작은영화관 정남진시네마에서는 월 평균 284회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달에 280여회 중 1, 2회는 우리 장흥군민이 보고 싶은 영화를 장흥군민의 선택으로 볼 수 있어도 괜찮지 않겠나.

 

2013년에 제정된 문화기본법에 따라, 매달 마지막 수요일 및 주간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문화기본법 제5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적•사회적•지리적 제약 등으로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는 문화소외 계층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 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나는 우리 장흥의 작은영화관 정남진시네마에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다.

Posted by 곡인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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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력空力

카테고리 없음 2023. 5. 24. 20:08
공력空力
功力•工力
‘달 궤도 탐사선’인 ‘다누리’호에 조금 관심을 둔 덕분에 ‘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_칭동점秤動點)’을 알게 됐다. 라그랑주 포인트는 두 개 이상의 천체에서 받는 인력이 상쇄되는 위치로, 중력이 ‘0’이 되는 지점이라고 한다.
오늘 해질녘에 태양동기궤도를 향해 위성 여덟 기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하려고 했지만 문제가 발생해서 발사 취소를 결정하었다. 발사를 예정한 시간보다 3시간 전이다.
발사체를 일출-일몰 무렵인 해질녘에 발사하는 까닭은 위성이 밤과 낮의 경계면, 즉 여명-황혼궤도(dawn/dusk orbit)를 따라 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는 큰 전력이 필요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24시간 내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태양전지판이 태양빛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다 발사체와 위성의 비행경로 등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달 궤도 탐사선인 다누리에 관심을 두고 있다보니 라그랑주 포인트를 알게 됐고,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덕분에 오늘은 밤과 낮의 경계면인 여명-황혼궤도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공력空力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공력空力은 움직이는 물체와 공기가 상호작용 하면서 발생하는 힘이라고 한다.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의 발사에 미치는 공력이 발생한다. 이 공력에는 세 가지 힘이 작용한다. 발사체가 비행하는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항력이 있고, 발사체를 뜨게 하는 양력과 발사체의 옆면에서 발생하는 측력이 있다. 이 세 힘의 공력은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비행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공력이 작용하는 지점과 발사체의 무게중심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력은 우주발사체의 형상과 궤도, 그리고 비행안정성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심의 중력을 떨치고 우주로 솟아오르는 원심의 추력 뿐만이 아니라 공력空力에도 상응하는 功力과 工力이 필요하다.
사는 일도 다르지 않겠다. 중력과 같은 관습과 관계의 관성이 만연하게 누적된 세상(을 사는 사람들) 속에서 내 삶을 지향하며 내가 바라는 삶의 궤적을 원하는대로 그리며 살 수 있을까. 의지와 열정, 혹은 자본의 추력만으로 중력과 같은 관습과 관계의 관성 속에서 내가 지향하는 삶의 궤적을 누릴 수 있을까.
나에게 작용하는 중력과 공력空力을 살펴보고 계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추력과 내가 본 방향만으로 내 삶을 내가 원하는 궤적으로 그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궤적을 유지하려는 위성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수시로 자세를 제어하는 힘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중력과 공력空力 속에서 생각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功力•工力을 갖추고 길러 쓰는 일. 이 일이 내가 마을을 도량으로 삼고 불목하니로서 삼판수행을 하는 일이다.
굿 해질녘 억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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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나무위키에서 설명하는 공력은 아래와 같다.
功力
애를 써서 들이는 힘
(불교 용어)수행을 통해 얻은 힘
空力
(유체역학 용어)물체가 공기 중에서 운동할 때 작용하는 기계적인 힘으로 양력(lift)과 항력(drag)으로 구성된다. 공기력이라고도 한다.
工力
공부하여 쌓은 실력
Posted by 곡인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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