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그제 저녁, 지구별여행이 왁자했다.
짓다부엌에서 저녁을 먹겠다고 읍내로 마실 나왔다가 허탕을 친 관산 동백숲에 사는 이웃들이다.
월요일에 쉬겠다던 짓다부엌이 일요일에 쉬겠다고 바꾼 걸 몰랐던 것이다.
(용산 1, 6장 중 토, 일요일이 겹칠 때 서는 용산 마실장에 가보려는 것이란다.)
지구별여행 쥔장 이은주 선생님도 짓다부엌 요리를 맛보고 맛있어서 화가 났다고 한다.
아쉬움을 달래고 셀렘을 예약했다.
어제 저녁, 짓다부엌이 풍성했다.
알고보니 윤지아 셰프 고등학교 선배라는 풀잎이 아빠 안경을 써봤다.
비파 엄마 페달도 지아 셰프와 동갑이란다.
아빠가 꾸리던 시장통 소금가게를 짓다부엌으로 바꾸는데 다섯 달 걸렸고, 부엌이 홀보다 조금 더 넓다는 것도 알게 됐다.
산, 들, 강,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가 풍부한 장흥임에도 그에 걸맞는 마을음식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서 시작한 로컬푸드레스토랑이 짓다부엌이란다.
마을부엌을 하려는 이유도 착하다.
그야말로 마을과 마음을 잇고 삶을 짓는 부엌이다.
장흥에서 살겠다고 관산 동백숲 아래 머물고 있는 장희숙 선생님네가 이러저러한 농사를 짓겠다고 하다가 우연찮게 동백기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식용이란 걸 처음 알았다.
그러고보니 주소를 '동백숲'이라고만 해도 편지가 전해지는 하얼네가 사는 데가 아시아 최대의 동백숲 원시림이란다.
도토리를 줍듯 동백씨를 주워서 기름을 짜면 좋겠다.
지아 셰프도 비싸서 그렇지 동백기름이 좋다고 한다.
한성봉 선생님이 대표하는 도서출판 동아시아에서 낸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를 마을서점 문화당에서 구해서 읽고 있는데,
에너지독립, 에너지자립, 에너지자치, 에너지순환으로 읽고 있다고, 직관적으로 거칠게 헤아린 내 생각을 말했다.
('에너지'를 '마을'로 바꾼다.)
마을에 있는 것을 살펴서 자원으로 쓰는 것.
마을에 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마을 사람이 마을을 쓰는 일이다.
삶을 지으려고 시장통에 심은 한 점 씨앗 같은 짓다부엌.
마을과 사람들이 드나드는 짓다부엌.
마을에서 짓고 거둔 것을 들여와 음식을 짓는 부엌, 그 부엌에서 나온 음식으로 삶을 짓는 사람들.
짓다부엌은 마을과 사람을 잇는 순환의 접점인 인터페이스 부엌이다.
'갈매기의 꿈'으로 꿈 너머 꿈을 짓고
'꽃들에게 희망을'주는 나비의 날개짓으로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짓다부엌에서 짓는 마을음식이 어떤 숲을 이룰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마을이 젊어지고 있다.
마을을 젊은이가 잇고 있다.
풀잎이와 비파가 사는 마을이다.
오행이 조화로운 아궁이골 장흥이다.
온날 문화탁발행선의 만인불사는 마을에서 마을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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