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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탁발

곡인무영 2015. 9. 8. 08:42

살림 탁발


어제 한나절, '마실장'을 취재하러 장흥에 온 기자를 안내해서 관산 동백숲에 사는 비파네를 시작으로 읍내 시장통 짓다부엌까지 마실 취재를 하였다.

원앤식스에 들려서 페달 주려고 초코렛 몇 개 사는데, 기자도 생과일 주스 두 잔을 주문한다.
기자와 읍내에서 동백숲까지 안거에 안거 동행하면서, 그리고 숲길을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요새 도서출판 동아시아 대표 한성봉 선생님이 자주 등장한다.^^)
장흥 마실장이, 장흥 마실장에서 어울리는 장흥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와 다르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비파 백일날 갔을 땐 화덕이 놓일 자리라는 설명만 들었는데 가서 보니 참말로 멋진 화덕이 그자리에 있었다.
한줌 남짓하는 잔가지 몇 개로 불을 지펴서 밥을 짓고, 요리를 하는 손바닥만한 아궁이다.
페달은 손님을 맞는다고 그 화덕에서 쿠키를 굽고 있었다.
자연스러워서 더 아름다운,
숲에서 사는 하얼과 페달은 자연과 마을과 사람과 어울려 살림을 하는 독립꾼이다.

국수를 삶아서 같이 점심을 먹자는 페달의 마음을 다음으로 미루고,
숲에서 나서려는데 페달이 손수 지은 차두에 쌀을 담아 준다.
쌀 시주다. 뜻밖에 탁발을 하게 된 것이다. 고맙게 받았다.
납작한 차두에 든 무거운 쌀, 세지 않아도 천백억 톨이다.
오이도 세 개 따서 준다. 오이 세 개 중 두 개는 이웃과 나눴다.
마실장을 시작한 '느림보' 김승남 선생님이 있는 '느림보 작업실'에 취재 갔을 때 한 개 드렸고,
취재하느라 늦은 점심 때 국수를 비벼준 지구별여행 쥔장 이은주 선생님께도 한 개 드렸다.

장흥마을신문 마실가자를 처음 만들고,
http://m.hani.co.kr/arti/society/area/626494.html
그 다음달에 창간 기념음악회를 하는 날 시작한 마실장.
마실장이 처음 열린 곳, 송산마을 '오래된 숲'에서 문충선 선생님을 만났고,
마실장의 주역이랄 수 있는 김승남 선생님을 만났다.
http://m.hani.co.kr/arti/society/area/626493.html
마실장 처음 선 날 모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미처 생각을 못한 마실장지기 김혜련 선생님께 부랴부랴 연락을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기자가 따로 취재하기로 했다.

엄마의 살림을 잇고, 토요시장 한 복판에서 하던 아버지의 가게를 이어서 자기 살림을 짓고 있는 윤지아 셰프를 만난 기자는 짓다부엌에서 장흥 마실 취재를 마무리하였다.
지아 셰프도 손님을 맞는다고 들깻잎을 빻아서 만든 소스를 빵과 같이 내준다.
그러고보니 오늘 기자와 동행한 마실 취재는 동백숲 부엌에서 시작해서 시장통 짓다부엌에서 마쳤다.

"오늘 많이 배웠다"는 기자의 말이 반갑고 고마웠다.

기자가 가고 난 저녁, 지아 셰프 부모님과 저녁 공양을 했다.
리조또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봤다.
들깻잎 빻은 소스로 만든 파스타도...
그리고 함께 밤 늦도록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Staff meal은 언제든지 가능하니 편하게 오"라는 지아 셰프의 맘 씀이 고맙다.

온날 문화탁발행선의 만인불사는 마을도량에서 어울리는 이웃의 살림을 배우면서 내 삶을 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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