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인무영 2023. 1. 2. 08:38

<결

아침을 거둬 낮을 뀄고
저녁에 고였다 밤에 흩어져서
다시 새벽을 흘러 아침에 멈췄다

마주한 물은 밤새 고요하고
돌아본 길은 차갑게 말랐다

만행하던 물이 멈추는 예양강 박림소는
마치 한소식 기다리며 안거하는 선방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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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결가부좌 / 이문재

거기 연못 있느냐
천 개의 달이 빠져도 꿈쩍 않는, 천 개의 달이 빠져 나와도 끄떡 않는 고요하고 깊고 오랜 고임이 거기 아직 있느냐

중략

고개 들어 보라
이런 날 새벽이면 하늘에 해와 달이 함께 떠 있거늘, 서쪽에는 핏기 없는 보름달이 지고, 동쪽에는 시뻘건 해가 떠오르거늘, 이렇게 하루가 오고,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오고, 모든 한 살이들이 오고가는 것이거늘, 거기, 물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다시 결가부좌 트는 것이 보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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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새해에는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보다 좋아서 저절로 이뤄지는 일이 두어 개 더 많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