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꽃길
곡인무영
2022. 8. 21. 09:08
평화담, 평화꽃못
이틀 뒤면 처서다. 벌써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 길턱이 느껴진다.
근 십여 년 동안 지냰 여름이 다 그랬지만, 올 여름 더위는 정말 지루했다. '지루하다'고 하지 않고 "지루했다"고 한 것은 체감하는 여름은 끝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 시원하다거나 덥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감지할 정도의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정도다. 한 낮 두어시간은 여전히 덥다.
여튼, 벌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올 여름은 끈적임과 후텁함이 꽤나 두터웠다. 사나흘 전부터는 밤 공기가 달라졌음을 체감하고 있다. 한밤과 새벽 잠자리에서는 뒤척일 때 다리로 감고 있던 이불을 손으로 더듬어 끌어 당겨 어깨를 덮기 시작했다.
아침에 인나서 꾸물꾸물 해찰하다 안거에 안거 평화로 향했다. 뚤레뚤레 중앙로를 뚫고 군민회관오거리를 건너 한들을 지나면 나타나는 평화마을 입구에선 안거를 한비짝에 머끈다. 안거에서 인나 메타세쿼이아가 낸 짧고 지픈 질 앞에 서서 질 끝을 바라본다. 잠시 우두커니. 짧은데 깊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밝은데 아득하다. 끝이 밝고 또렷한 '玄'으로 보인다. 가자. 그 끝으로.
꽃길 지나니 꽃밭이다. 아니지 밭이 아니라 꽃못이다.
아, 오늘 보니, 평화마을 송백정가 배롱나무는 물 속에서 꽃을 피우고 물 밖에서 꽃잎을 한번 더 피워내는구나!
그래, 이름을 지어서 부르자. 지금부터 여기는 평화꽃못, 평화담이다.




